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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소년을 위로해줘

yuhyje 2014. 7. 5. 23:28





소년을 위로해줘 / 은희경 / 문학동네





열일곱 살 우리가 폭발물이면서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것은, 도화선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실천에 옮길 만한 기회와 행동력과 돈과 시간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분노와 불안을 극한까지 상상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틀 안에 들어가 있어야 안전하다고 우리에게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으면서 정작 세상은 너무나 부주의하다. 우리가 깨지기 쉽다고 보호하다가도 상자 속에 넣은 다음에는 던져버린다.


열일곱 살 고등학생의 달리기. 나 스스로가 바로 그 소년이라 느끼도록 만드는 문체.

달리고 달리다보면 무한정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이 온다.



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슬픔은 함께 견디는 거야.

평상시에 우리는 각기 이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데, 그건 비상시가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개인의 권리고.


신민아씨와 재욱 형. 이런 모자 관계는 유쾌하다.



찻집과 사과홍차와 퍼즐.

그리핀의 날개.


기숙사 방의 하얀 벽을 바라보며 나도 날개를 그리고픈 충동에 휩싸였었다.

그래피티의 매력은 분출. Olympiazentrum.



여름엔 모든 움직임이 좀 느리게 느껴진다.


책을 통해 계절을 통해 그 동네 그 시절을 그릴 수 있었던.



세상 모든 이치를 알지는 못 하지만 마치 세상 모든 감정을 알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홍수 속에서 말을 가두고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소년. 그 말간 얼굴이 말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단 한 번도 억압받아 본 적 없는 (것 같은) 나에게 눈물 고임을 선사했다. 


내 기억력이 원망스러운 정도로 산뜻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들이 많았던.



소년이라면 시간과도 겨뤄봐야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독고태수는 참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뭐 대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