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소년을 위로해줘
소년을 위로해줘 / 은희경 / 문학동네
열일곱 살 우리가 폭발물이면서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것은, 도화선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실천에 옮길 만한 기회와 행동력과 돈과 시간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분노와 불안을 극한까지 상상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틀 안에 들어가 있어야 안전하다고 우리에게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으면서 정작 세상은 너무나 부주의하다. 우리가 깨지기 쉽다고 보호하다가도 상자 속에 넣은 다음에는 던져버린다.
열일곱 살 고등학생의 달리기. 나 스스로가 바로 그 소년이라 느끼도록 만드는 문체.
달리고 달리다보면 무한정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이 온다.
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슬픔은 함께 견디는 거야.
평상시에 우리는 각기 이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데, 그건 비상시가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개인의 권리고.
신민아씨와 재욱 형. 이런 모자 관계는 유쾌하다.
찻집과 사과홍차와 퍼즐.
G 그리핀의 날개.
기숙사 방의 하얀 벽을 바라보며 나도 날개를 그리고픈 충동에 휩싸였었다.
그래피티의 매력은 분출. Olympiazentrum.
여름엔 모든 움직임이 좀 느리게 느껴진다.
책을 통해 계절을 통해 그 동네 그 시절을 그릴 수 있었던.
세상 모든 이치를 알지는 못 하지만 마치 세상 모든 감정을 알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홍수 속에서 말을 가두고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소년. 그 말간 얼굴이 말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단 한 번도 억압받아 본 적 없는 (것 같은) 나에게 눈물 고임을 선사했다.
내 기억력이 원망스러운 정도로 산뜻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들이 많았던.
소년이라면 시간과도 겨뤄봐야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독고태수는 참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뭐 대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