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기
141003 - 141004 부산
부산 국제영화제 기간 중
영화는 보았으나 결코 그것이 목적은 아니었던
아주 이상한 즉흥여행
WITH 경현 진호
단지 기분전환을 위해 새 운동화를 꺼내어 신었을 뿐이었다.
10월 2일 아침. 이 때까지만 해도 개천절과 그 이후의 주말은 연구실에서 보낼 거라 생각했었다.
하루 일과를 끝낸 뒤 동아리 후배들을 보러 동방에 잠깐 들렀을 뿐인데.. 그만....
이렇게 되었다.
10월 3일 부산행 새마을호 입석. 좌석과 좌석 사이에 구겨진 짐짝처럼 실려 갔다.
그렇게 ㄱㄱㅎ 를 만나 부산역에서 오뎅을 먹고 남포동으로.
요즘 카페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 "아아"라고 말해야 한다던 ㄱㄱㅎ 의 말은 거짓이었다.
부산이라서 통하지 않는 것일 뿐, 서울에서는 모두들 그렇게 한다고 억지부리는 중.
게다가 "이런 식으로 부산에 오다니 역시 너희는 ㅂㅅ" 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우리가 없었다면 재미도 없었을 거라며 훈훈한 마무리.
남포동 커핀 그루나루의 테라스는 정말 최고였다.
맞은편의 끄레뻬 가게와 솜사탕 구루마를 구경하면서 광합성도 하고 술도 깨고.
한참동안 앉아서 완전 유쾌하게 쉬고 나왔다.
자갈치 역 증명사진 찍는 기기에서.
한 명 들어가기도 비좁은 공간에 셋이 꾸역꾸역 들어갔다.
더 포토 오브 더 트레블.
서면역에서 갈아타기 전에.
일 하다가 갈비뼈를 다치신 직장인님.
해운대에서 거대한 쥐가 나오는 밀면집에 들어가 밀면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해운대 메가박스 1층에서 폭풍 쇼핑을 하고는 3인 3색.
ㄱㄱㅎ 와 내가 각기 다른 영화를 보러 간 사이 후라는 메가박스 구석에서 풀잠을 잤단다.
꼬르륵거리는 위에 해운대시장 튀김을 공급.
일부는 이 고양이가 먹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해운대 구석탱이 횟집.
바다는 검어서 보이지도 않았지만,
가을 날씨 참 좋더라.
휘황찬란한 듯 휘황찬란하지 않은 해운대 불빛들도.
노래부르며 걷는 두 늙은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를 몸소 표현하시는 중.
부산에 왔으니 부산횟집이라며.
하지만 남은 사진은 스끼다시뿐.
주인공은 초장입니다.
진지한 작업의 결과물은 꿀맛이었다.
머리까지 먹어버림.
쌈 싸주기를 했으나 우리가 순순히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쌈을 싸 줄 리 없잖아?
주먹밥과 통마늘까지 넣은 입 크기의 세 배쯤 되는 쌈공격.
이후의 이야기는 생략한다.
웃다가 취해버려서 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잠들 때까지 정신나간 밤이었음.
다음날은 다시 영화로 재개.
센텀 밥푸리에서 김치우동을 비롯한 맛있는 것들을 먹고는 부산의 강풍을 맞으며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ㄱㄱㅎ 영화보는 동안 우리는 영화의 전당에서 현장 표 득템.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젤라또의 굴욕은 잊지 않을거다....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 인증샷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1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 인증샷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2
각자 영화를 보고 만나고, 영화를 보고 다시 만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얼른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하면서도 아쉬워서. 그러다 결국 한밤중에 함께 돌아왔다.
심지어 차가 끊길까봐 센텀부터 택시를 타고 달린....
광안대교 위를 지나면서 말했다. "우리 1박 2일 있으면서 볼 건 다 봤어!"
KTX 를 타고 오면서도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웃을 날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마냥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진짜 죽을 뻔했다.
좀 오그라드는 멘트지만, 역시 어릴 때 만난 친구들이라 다른 것 같다.
온갖 ㅂㅅ 같은 모습을 다 보고 자란 사이라서 그런가.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그 때는 다 자란 줄 알았다.
8년 후에도 이렇게 덜 자란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마치 다 자란 어른들처럼 뭐가 그리 심각했는지.
그 때가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
함께 ㅂㅅ 같은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