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관하여
비드 생일에 맞춰서 집에 올라갔다. 생일 당일인 30일에 간다고 해 두었지만, 자정을 넘기는 순간을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 한밤중의 서프라이즈 귀가를 감행한 것이다. 심드렁하면 어쩌나 하고 약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즐거워해 주었다. 임시 케이크 역할을 톡톡히 해 준 보문산 메아리에게 감사를. 주무시던 엄마와 아부지도 주섬주섬 일어나셔서 성심당 빵을 먹으며 축하해 주셨다.
생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최근 일이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일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생일이라 말하기가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 주위 사람들이 먼저, 알아서 챙겨주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다. 나에게는 중요하지만 타인에게는 일 년 중 하루일 뿐이므로,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처럼 모두가 즐거워하는 것도 아니다. "내 생일이니까 즐거운 하루 보내"라는 인사는 너무 이상하지 않나.
그러던 중, 얼마 전에 ㅅㅈ이의 생일이 있었다.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모으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나가고, 신나게 놀자고 제안하는 ㅅㅈ이를 보면서, 이래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축하해주기를 기다렸다가 받는 것이 아니라, 축하받을 수 있는 장을 그들에게 마련해주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날이야. 나를 좀 축하해 주지 않을래?"라고 했을 때 싫다고 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 날, 우리는 정말 즐겁게 놀았다. 이제 ㅅㅈ이의 생일은 우리 모두에게 '즐거웠던 날'로 기억될 테니, 그것도 참 좋은 일이다.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이 사랑받는다고 했다. 나라는 생명이 태어난 날, 내 인생이 시작된 날은 나부터 나서서 아주 신나게 즐겨야 한다. 그건 내 인생에 대한 권리, 아니, 의무이자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