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2015 소소한 연구일기

소소한 연구일기 #14

yuhyje 2014. 12. 5. 22:26



141203 AM 10:30

TWOSOME


공기가 차갑다. 아직은 어둑어둑한 아침의 카페 2층. 집중력이 저하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물 흐르듯 아이디어 정리가 되었다. 연구가 본래 이런 건가? 좋은 일이긴 한데 약간 멍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감정. 

물론 끙끙대던 문제가 순간적으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연구에는 '자꾸 삼천포로 빠지게 된다'는 특성도 있다.



PM 3:30

뚜레주르


학부 동기이면서 대학원 선배인 ㅈㅁ언니와 드디어 미팅을 했다. 연구자로서는 햇병아리 같던 첫 학기의 나에게 논문 작성의 기본을 알려준 사람이다. 당시 아이디어 도출부터 학회 발표까지의 과정을 함께했는데, 석사 신입생 다섯 명을 끌고 나가기가 버거웠을 텐데도 결국 멋지게 마무리했다. 느릿느릿한 나와 대비되는 속도를 가지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UX 실험을 적절히 설계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내 논문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직 실험 단계가 아닌 것 같아 주저하던 중.. 언니가 먼저 제안을 해 줬다. 100%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란다. 말 하면서 정리하는 거라고. 다른 아이디어를 듣는 것이 나에겐 여전히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으므로 선뜻 응했다. 솔직히 말하면 좀 찔렸던 것도 있다.


커피를 한 잔 하며 얘기하고 싶어서 연구실을 나섰다. 딱 두 시간 정도 얘기한 것 같은데, 돌아와서 세 시간 넘게 정리한 걸 보니 꽤 많은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지만, 정말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조금 다른 분야의 연구자라 그런지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고, 꽤 많이 진행되어 있다며 용기도 주었다. 무엇보다도 고마웠던 건, 내 연구를 '재밌다'고 말해줬다는 사실.



PM 5:00

연구실


연구실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며칠 전에 박사디펜스를 마친 ㅅㅈ오빠가 짐을 차로 옮기고 있었던 것. 우리 연구실의 마스코트이자 우리 대학원의 스타가 사라진다니 뭔가 아쉬웠다. 다들 마찬가지였던 모양인지, 얼마 되지도 않는 짐을 여섯 명이 나눠 들고는 오빠 뒤를 종종 따라갔다.


결국 창업을 해서 안정 궤도에 올려 놓고 나가시는구나.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던 얼굴이 괜히 그리워질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도 한 달 뒤에는 따라 나가야 할 텐데, 라는 생각도 하며.




어둑어둑한 저녁 어스름에 눈 쌓인 N5 주차장에서

ㅎㅈ(석4)  / ㄱㄱ(석2)  / ㅇㅎ(석2)  / ㅅㅈ(박9)  / ㅁㅈ(박2)  / ㅇㅈ(석4)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이었다 :)



141204 AM 2:50

연구실


유난히 동기들을 많이 마주친 날. 저녁때는 매점에 가다가 ㅅㅇ이를 만났다. 한 학기 후에 박사 지원을 하려는데, 한 번의 실수 때문에 그게 위태위태하단다. 연구를 참 좋아라 하는 녀석인데. 중요한 교수님의 수업 성적을 너무 낮게 받은 탓이다. 매점 앞에서는 (그 보기 힘들다는) ㅅㅇ언니를 만났다. 이미 한 학기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결코 명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밤중에는 패러다임 앞에서 ㅇㅈ이를 만났다. 좀처럼 N5에서 보기 힘든 얼굴인데 이렇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졸업 시즌이구나 싶다.


+ 노래 연습과 본방사수 시도

+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주 예쁜 풍경을 봤다. 다름아닌 기계동 뒤 잔디밭. 하지만 손이 얼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