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1
연구실 배정을 받고 나서 지도교수님과 상담을 한 차례 가졌다.
어떻게 여름학기를 보내는 것이 연구에 도움이 될까요?
교수님께서는 깊이를 키워드로 제시하셨다. 견문을 넓혀 두어야 찾아 하는 연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면서 추천하신 것이 한 권의 인문학 서적 강독이었다.
여러 명의 저자가 모여 만든 입문서나 역사서는 피하고, 석학의 책을 골라 그가 생각하는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
과학도서관 2층에 올라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마셜 맥루한의 < 미디어의 이해 > 였다.
인간의 확장과 광고라.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조금은 묵직한 무게감과 두께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인문학을 알고 싶으면 쉽고 재미있는 독서부터 시작하라고 했는데.
그래서 함께 대출한 책이 바로 이거다.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박웅현 강창래 / 알마
박웅현이 만든 광고는 인문학적인 창의력과 소통이 돋보인다.
가치지향적이고, 상식적이며, 시대와 상황의 맥락 속에서 강하게 작동한다.
그의 광고 속에는 늘 사람이 있다. 어렵지 않고 참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광고에 공감하고 또 감동한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현상들을 특유의 시각으로 단순화하고 새롭게 배열하며
이러한 생각을 대중이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짧고 강력한 메시지로 변환시킨다.
그의 광고는 신선함과 자발적인 공감과 미소를 부른다.
세상을 향해 펼쳐놓은 그의 안테나에 걸린 소통과 공감 바이러스가 팍팍한 현실을 내려놓고 세상과 감성으로 만나길 기대한다.
칭찬 일색. 창의성으로 인정받는 것이 어려운 박사논문을 쓰는 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다.
원하는 시간에 정확히 울려준 나의 알람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준 나의 몸은 나의 보물입니다.
그 몸을 수영장까지 데려다 준 평범한 나의 차와
그 차의 창으로 잠깐 느낀 신선한 아침 공기는 나의 보물입니다.
… (중략) …
오늘 아침은 나의 보물입니다. 나의 일상은 나의 보물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물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들어가는 말에서는 광고와 책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희망 사항이 구체화되도록 꿈을 꿔보죠 뭐.
꿈꾸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특권인데 우리라고 그런 특권을 포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자는 박웅현의 광고를 인문학적이라고 표현한다.
대체 인문학이 뭐길래?
교수님 방에서부터 시작된 막연함이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인문학 Humanities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 · 언어학 · 문학 · 역사 · 법률 · 철학 · 고고학 · 예술사 · 비평 · 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 기준을 설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역사와 예술이 인문학에 포함되느냐 포함되지 않느냐에 대한 이론들이 있기도 하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프롤로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교육 철학이 담겨 있는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들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애쓸 뿐이다.
이어지는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갖는 방법조차 모르는 창의성을 물에 비유했다.
물은 손을 적시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지만 곧바로 빠져나가버린다. 그리고 말라버린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창의성에 대한 책을 읽는 동안에는 찬물로 샤워를 하는 기분이지만 그 기분은 오래 가지 않는다. 창의성은 물과 같다.
그리고 그 창의성을 기르는 방법은 예상 했겠지만 독서다. 인문학적 책읽기.
박웅현은 창의성의 원천 가운데 하나가 인문학적인 소양이고 그것은 좋은 책을 잘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전수받거나 습득하는 것이다. 전수받거나 습득하는 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스승 곁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방법
2. 강의를 듣는 방법
3. 책을 읽는 방법
책 한 권에 담기는 낱말이 4만 개쯤. 그 4만 개가 만들어내는 의미망은 단순하지 않다.
그 넓고 깊은 의미망에 푹 빠져 보면 안다. 책을 가장 잘 읽는 방법도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책 속에 담긴 육감적인 능력을 느낄 수 있다면 함께 호흡하면서 전수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책으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보보 (BoBo) 라는 새로운 개념도 등장한다.
보보란 부르주아 보헤미안 (Bourgeois Bohemian) 을 줄인 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돈을 많이 번 로맨티시스트, 가치 중심의 삶을 추구하는 현실적으로 성공한 전문가 정도라고 보면 된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의 전형적인 보보다... 보보들은 미다스의 역방향의 힘을 갖고 있다. 보보가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 영혼을 갖게 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바로 보보가 아닐까.
적어도 나는 맞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던 개념이 인생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끊임없이 동경하고 갈구하며 지향해왔던 바로 그 개념.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TV 는 바보 상자였다.
리모콘이 선택권을 주었다.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리모콘보다 더 강력한 자유를 주었다.
채널 숫자가 곧 선택의 폭이라는 개념마저 사라지고 일방통행식의 소통 방식은 완전히 힘을 잃어버렸다.
현대적인 광고란,
대중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대중의 참여를 바라고, 대중의 공감 (설득이 아닌) 을 얻으려는 적극적인 예술 작품들이다.
마셜 맥루한 (Herbert Marshall Mcluhan) 의 말처럼 현대적인 광고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 형식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작 과정 들여다보기는 언제나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