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 bin in Berlin 나는 베를린에 있다
Ich bin in Berlin
나는 베를린에 있다
베를린 도착 후 일주일. 이제는 지하철에서 잔뜩 긴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적응했다. 지금은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중... 나는 종종 (사실 자주) 혼자 무언가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딜 가든 카페 하나쯤은 뚫어 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홍대에 있던 잔디와 소나무라든가 카페꼼마, 학교 N1동의 투썸플레이스 정도가 나의 사색공간이 되겠다. 베를린에 오기 전에도 와이파이가 잘 되는 카페를 미리 검색하여 적어 두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해서 이틀 새 두 번이나 찾았다. 어제는 커피, 오늘은 커피에 크루아상. 커피를 너무 조금 준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카페 St. Oberholz @ Rosenthaler Platz
편지를 몇 장 썼다. 엽서보다는 편지라는 낱말이 아무래도 좋아서.
카페 St. Oberholz @ Rosenthaler Platz
독일은 어디나 조도가 낮은 편이다. 낮에는 자연광이 있어 괜찮지만, 해가 지면 이렇게 실내도 어둑해진다. 커피가 맥주로 바뀌는 시간.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은 U6과 U7이 교차하는 Mehringdamm 역 바로 앞에 위치한 Metropol Hostel Berlin 이다. 8인실 도미토리의 이층침대 하나를 이용 중. 처음 2~3일은 Frank 라는 독일인 아저씨와 함께였다. 베를린에 새로 집을 구한 뒤 청소를 하고 가구를 넣는 중이라 잠시 호스텔에 묵는 중이라며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다. 베를린 도착하자마자 감기에 걸려 비실거리는 나에게 버터우유와 오렌지주스를 주었고, 심지어 깊은 잠에 좋다며 맥주를 조금 따라 주기도 했다. 지금은 이스라엘 아저씨 얀, 멕시코 친구 에드가와 동거 중. 얀은 예루살렘 포스트의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성서에서만 보던 예루살렘 사람을 만나게 되다니. 일 때문에 베를린에 왔다고 하는데 일은 언제 하는건지 모르겠다. 뭔가 시시콜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데, 나름 재밌다. 세계 175개국을 돌아다녀 봤는데 그 중 북한이 가장 Interesting 하다며 북한 관련 개그를 마구 던지는 뚱뚱이 아저씨. 에드가는 철학도다. 석사는 독일에서 하고 싶어 학교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C1을 보유한 독일어 능력자. 영어를 하는 중에도 자꾸 독일어가 튀어나온다. 독일어 공부를 도시에서 길 찾는 일에 비유해 줬다. 과묵하지만 뭔가 멋지다 이 친구.
Metropol Hostel Berlin @ Mehringdamm
베를린에서 맞이한 첫 아침, 침대 위에서 촬영. 어그 한 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Metropol Hostel Berlin @ Mehringdamm
조식.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요거트는 꼭꼭 챙겨 먹고 있다. 아직 건강보험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면 안 되니까. 일주일 동안 먹었지만 전혀 질리지 않는 메뉴. 앞으로 남은 일주일도 잘 부탁해.
Metropol Hostel Berlin @ Mehringdamm
기운이 없을 때는 밥이 답이다. 쌀밥이나 김 같은 음식들은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아플 때 하루 쉬며 점심 저녁을 밥으로 챙겨 먹었더니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역시 나는 한국인이었어.
Curry 36 @ Mehringdamm
메트로폴 호스텔 바로 앞에 있는, 베를린에서 아주아주 유명한 맛집 Curry 36. 카레소세지와 감자튀김 등을 판매한다. 심지어 A부터 Z까지의 알파벳 키워드로 베를린을 소개하는 책자에도 나와 있을 정도. 소세지를 한 번 먹어 봤는데, 케첩을 아낌없이 부어 준 덕에 케첩에 빠진 소세지를 먹을 수 있었다. 아무튼 맛있음.
Metropol Hostel Berlin Lobby @ Mehringdamm
잠들기 전엔 로비에서 일기와 가계부를.
28일에 도착하여 29일부터 5일동안은 Haus der Kulturen der Welt 로 출근을 했다. 트랜스미디알레(Transmediale)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 차후 다시 자세히 포스팅을 하겠지만, 매년 베를린에서 열리는 미디어 축제라고 보면 된다. 올 해의 주제는 Afterglow. Post-Digital 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Transmediale 2014 - Afterglow @ Haus der Kulturen der Welt
슈프레 강에 인접한 HKW. 번역하면 '세계 문화의 집' 정도가 되려나. 이번 트랜스미디알레의 공식 글씨체였던 듯한 저 폰트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Transmediale 2014 - Afterglow @ Haus der Kulturen der Welt
마지막 날의 마지막 퍼포먼스에 참가하려는 사람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서 나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Transmediale 2014 - Afterglow @ Haus der Kulturen der Welt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Transmediale 2014 - Afterglow @ Haus der Kulturen der Welt
100번 버스를 기다리며.
보통 베를린, 하면 이런 풍경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로등, 그것을 감싸고 있는 희뿌연 안개, 내가 바로 모던 스타일이다, 라고 외치는 듯한 건물. 아직 나는 베를린을 잘 모르지만, 참 알아가고 싶은 도시다. 그렇게도 오고 싶고 살고 싶었던 독일에, 그리고 베를린에 내가 있다니. 아직도 전혀 실감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잘 모르겠다. 서울과 비슷하기 때문인지, 상상하던 모습과 너무나 닮아서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인건지. 뭐 어쨌든 2014년 2월, 지금, 스물일곱의 나는 베를린에 있다.
Ich bin in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