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Schuhe 신발
Die Schuhe
신발
유럽 신발이 내 발에 맞지 않거나, 내 발이 일반적인 모양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베를린의 겨울이 혹독하다는 말에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여름 신발 챙겨오는 걸 잊어버린 염.
준비해 온 신발이라고는 두꺼운 어그와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 그리고 삼선슬리퍼가 전부인데, 그나마 정상적인 운동화는 주구장창 신고 다니던 거라 버릴 때가 다 되었더랬다. 나중에 다시 언급할 일이 있겠지만.... 결국 아끼고 아끼던 노랑 점박이 나이키는 로마에서 장렬히 사망..
가운데 신발은 이런 이유 때문에 급히 구입한 플랫이다. 신발은 없는데 하필 일요일이었던 그 날(유럽권 상점은 일요일에 거의 쉰다. 독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도 그렇더군), 반나절만에 겨우 찾아낸 신발가게에서 구입했다. 하지만 남은 반나절 동안 저 신발은 나의 새끼발가락에 상처를 안겨줬고, 결국 떼르미니 앞 신발가게에서 왼쪽 신발을 재구입하게 됐다. 운동화를 또 사기는 좀 뭐해서 선택한 나의 브라우니. 브라우니는 나의 복숭아뼈에 상처를 남겨줬다.
오른쪽 스니커즈는 사실 이탈리아 여행용으로 준비했던 신발인데, 출발 전날 뮌헨에서 사 신어보고는 포기했더랬다. 뒷꿈치가 아팠기 때문인데, 앞서 소개한 두 신발을 겪고 나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시 신고 돌아다녔다가 아킬레스건에 밴드를 붙이고 말았다.
재밌는 점은, 만신창이가 된 내 발이 저 세 켤레의 신발들에 모두 적응을 했다는 사실이다. 신발이 내 발에 적응한 것인지, 내 발이 저 신발들 모양에 맞추어 금세 변형된 것인지, 잘은 모르겠다. 불행 뒤의 다행이라 그런지 그저 다행스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