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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903 Film 더 코스트 오브 리빙
    글상/Contents 상 2014. 9. 12. 02:08



    2014년 9월 3일

    백남준홀





    더 코스트 오브 리빙 (2004 영국)

    The Cost of Living

    Lloyd Newson 감독 / Eddie Kay / David Toole





    눈이 휘둥그레진다는 표현이 있다. 놀라운 것을 보았을 때의 표정 변화에서 비롯된 관용어다. 하지만 이 필름을 통해 나는 몇 번이고, 이 표현을 실제로 경험했다. 지금 이 장면에서 비롯된 놀라움이 대체 무엇일까, 이 부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일까, 이유를 찾기 위해 무섭도록 집중한 탓이다.



    춤 추는 삐에로

     

    똑같은 가면과 똑같은 몸짓. 일반적으로 정확히 일치하는 군무를 보면 불편한 감정이 우선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감정이 있고 개성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한 존재인 인간들이 기계화된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여름 휴양지로 적격인 배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삐에로의 주 기능은 웃음을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몸짓이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진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가면이 곧 방패다. 커다란 삐에로들 틈에서 다리 없는 난쟁이(이하 난쟁이)가 나올 때의 놀라움이란. 삐에로 옷과 가면이 그 난쟁이에겐 스스로를 타인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 포장지였을 거다. 나아가 자신감의 원천이었을 수도 있고.

     


    첫 번째 남자

     

    말도 많고 행동도 많다. 대체 저 에너지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퍼포먼스에서 주로 혼자 춤을 추고, 혼자 말하고, 혼자 괴성을 지른다. 답을 바라는 행위라기보다는.. 자신을 불태우고 싶은 욕망의 발현에 가깝다. 특히 목으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상대방의 팔을 연신 흔들지만,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타인의 몸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의미 아니었을까. 여담으로, 격렬한 움직임의 잔상이 남는 영상 처리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심지어 그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던 장면.

     

     

    두 번째 남자

     

    난쟁이는 과묵한 신사였다. Would you like to dance? I’ll be right back. 

    그리고 덧붙이는 한 마디. 

    Don’t go away.

     

    카메라를 든 남자의 공격은 난쟁이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기에 충분한 장치였다. 벌렁 드러눕는 난쟁이의 반응까지도. 저 높은 곳에 있는 카메라를 어찌 할 수 없고, 도망칠 수도 없어서 한 마리의 짐승처럼 그저 누워버리는 그 모습에, 나는 아주 강하게 공감했다. 물론 더 걸작인 것은 카메라를 든 남자의 한 마디다. Do you trust me?



    첫 번째 남자와 두 번째 남자

     

    그들은 친구다. 우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생각나게 하던 휠체어 신은 유쾌했다. 화면의 좌측 끝에는 발이, 우측 끝에는 손이 나오던 후반부 영상은 친구관계의 처음과 끝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카메라를 든 남자에게 공격당한 난쟁이를 위해 함께 춤을 춰 주는 친구들의 환영.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도와주는 역학관계로는 친구사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서서히 땅 너머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도 아름다웠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단연 마지막 장면이다. 서로의 다리와 몸이 되어 마치 한 명의 사람인 듯 해변을 걷는 두 남자. 만약 산이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바다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평등을 상징하는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었고, 기괴한 모습이었지만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The Cost of Living

     

    구글링을 해 보니 살기 좋은 해변 마을이 지도에 쭉 표시되어 나온다. 디렉터 이름을 덧붙이니 비로소 나오는 영화 관련 결과물들

    수많은 비평과 수많은 수상실적이 공존했다. 으레 예술다운 예술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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