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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연구일기 #4기록/2015 소소한 연구일기 2014. 10. 20. 22:15
141016
일산 킨텍스
전날의 랩세미나를 무사히 마친 뒤 서울로 올라갔다. 우리 착한 랩장이 스쿠터도 태워 줌.
킨텍스의 한국전자전에는 스타연구실(..)로 참가했다. 랩원 5명이 연구중인 패러다임2를 소개하는 부스였는데, 워낙 굵직한 전자회사들이 멋진 하드웨어를 마구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한가로웠다. 덕분에 ㄱㄱ와 연구주제에 대한 폭풍 대화를! 꽉 막힌 연구실에서는 도무지 나질 않던 생각들이 어쩜 그렇게 딱딱 정리됐는지 모르겠다. 그 때 만든 노트를 바탕으로 오늘 미팅을 했으니 한국전자전 출장이 나에겐 크나큰 득이었던 셈이다.
141020 PM 9:45
연구실
밤을 꼬박 새워도 밤까지 멀쩡할 만큼 체력이 향상되었다.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어서 정신을 바짝 차린 것도 있지만, 확실히 매일 달리기를 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담요를 둘러멘 채 꼬박 12시간 동안 폭풍코딩. 아예 패러다임 앞에 자리를 깔았다.
교수님께서는 '구현'에 실어 뒀던 무게추를 '의미 찾기'로 슬쩍 옮기셨다. 아직 논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못 잡은 내 탓이다. 사실 우리 교수님 지도만 잘 따라가면 되니까. 시간과 노력의 문제다.
입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내려온 건 잘 한 일이다. 학위논문 저널화도 하고 싶고, 김이경 교수님이 권하시는 저널도 내고 싶다. 석사과정 학생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직장인이 되어서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연구라면,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고 싶다.
밤잠을 반납하면서 해도 즐겁기만 한 일들. 지금까지 그 목록에는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영상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 작년 가을학기에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했더랬다. 예종 영상원 출신인 ㅇㅅ오빠가 들여다보고는 흐뭇하게 웃고 지나가셨던 몇몇 날들. 두 번째는 독일어다. 오늘 디퍼포 회의에서 배운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에 따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서 강하게 좌우된다. 독일어가 형성하는 세계관이 나의 마음에 드는 것이 분명하다.
프로세싱 코딩은 이 목록의 세 번째로 등록되었다. 즉각적인 가시화로 피드백을 주어서인지, 하드코딩보다 훨씬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인 디자인 툴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하면 될 일을, 좌표축 하나하나에 대하여 계산하고 돌리고 고치고 돌리고 고치는 일이 바보같을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과정이 궁극적인 자동화를 위한 일임을 생각하면 이내 즐거워진다. 하드코더들은 '귀엽다'고 말하는 아주 쉬운 코딩이지만, 나에게는 이것도 만만치 않게 하드하다. 더구나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구현해나가는 것은 처음인지라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나날들.. 얼른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해서 실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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