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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연구일기 #13기록/2015 소소한 연구일기 2014. 12. 4. 01:44
141202 AM 8:10
연구실
연구실 근처에서 자면 이 시간에 출근할 수가 있다. 하지만 오직 연구실 근처에서 자야만 가능하다는 불편한 진실. 밤에 방에 들어가는 순간 아침 출근은 끝이다.
AM 9:00
TWOSOME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있으니.. 바로 학교 안 카페들의 모닝세트! 보통 10시 반까지이기 때문에 잉글리시머핀을 커피와 함께 먹고 싶으면 서둘러야 한다. 전날 밤부터 작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나로서는 이렇게까지 먹기 힘든 메뉴이며 누리기 힘든 할인이기 때문에, 방에 들어가지 않은 날은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피폐한 나 자신에게 맛있는 걸 선물한다는 의미도 있고. 나만의 관례인 셈이다.
자주 이용하는 모닝카페는 던킨과 투썸. 던킨은 (1) 저렴한 가격 (2) 부드러운 맛 (3) 연구실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특성으로 나의 발길을 끈다. 연구실의 답답함은 물론, 우리 학과의 공기로부터 아예 벗어나고 싶을 때 제격이다. 반면 투썸은 (1) 연구실과 가까움 (2) 연구실과 가까움 (3) 연구실과 가까움이라는 엄청난 메리트로 나의 발길을 끈다. 귀찮음으로 똘똘 뭉친 두 발은 눈꺼풀만큼이나 무거운 법이다.
PM 2:45
TWOSOME
아침 투썸의 덕을 톡톡히 보며 초집중코딩. 수없이 반복되는 에러와 싸우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아마 널포인터익셉션이라는 이름의 무언가가 옆에 있었다면 흠씬 두들겨 패 줬을 것이다.
역시 뭘 하나 만들어봐야 한다. 수업만 듣고 배웠다 말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이, 수업에서는 에러를 잡는 방법과 구글신 이용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며, 10시간 노력해도 결과는 0인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과, 그 상황에서 오는 깊은 빡침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 30초만에 나를 구원해 준 ㅇㅈ이에게 깊은 감사를.
+ 프린터 문제를 해결해 준 백구도 고마워.
PM 4:45
원교수님 연구실
기적적으로 뭔가를 해 가긴 했다.
교수님 말씀.
"보통 연구는 S자로 진행된다. ㅇㅎㅈ이도 이제 진행이 빨라질거야. 물론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 또 느려지겠지만."
더불어 "잘했다"는 말씀을 다섯 번쯤 해 주셨다. 난방보다 훨씬 따뜻했던 한마디 ㅜㅜㅜㅜ
교수님도 알아채셨을 것이다. 당신 말씀에 의해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가련한 석사생의 표정을.... ㅠ_ㅠ
그러고는 비척비척 연구실로 돌아왔다. 미팅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 다리가 풀린다.
다음은 돌아와서 휘갈겨 놓은 메모.
잠을 적게 자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앉아 있으면 뭔가 나옴. 오래 걸려도 나오긴 함.
딱 30일인데 뭐.
즐깁시다.
그나저나 정신이 없음 흐아악
PM 8:30
Screen X
첫 번째 리허설. 조교인 ㅇㅇ언니와 몇몇 관계자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다음은 촬영한 영상 이미지.
Sequence 3. 언어학자와 남자
촬영 당시 나의 위치는 이 카메라 옆이었다. 관객들이 완성된 공연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 했으므로, 아직 준비되지 않은 영상과 의상 등에 대해 부연설명을 했다. 음향보다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소감을 짧게 압축하자면, 마치 지휘자가 된 느낌이었다. 말 한 마디에 조명과 배경이 바뀌고 신이 전환되는 일. 손발이 딱딱 맞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분명 지금까지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그려 온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기대 이상의 희열이었다.
AM 2:15
연구실
졸면서 과제. 어쨌든 끝냈다.
이제 자러 가야지....
수고했어 오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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