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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로마 역사의 길을 걷다글상/Contents 글 2014. 5. 9. 00:26
로마 역사의 길을 걷다 / 정태남 / 마로니에북스
딱 두 달 반 걸렸다. 출국일부터 이탈리아 여행 직전까지 두 달 반. 오직 로마 여행을 위해 읽은 책이다.
이탈리아 공인건축사인 저자 정태남의 깨알같은 로마 유적 사진들 + 옛날 이야기처럼 풀어 놓은 로마사.
유럽의 뿌리 로마유적을 그냥 돌덩이 보듯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로마 역사의 길을 걷다>를 꼼꼼히 정독한 가장 큰 이유다. 줄도 치고 연표도 적어 가며, 유적지는 구글맵에 표시하면서 참 열심히도 읽었는데, 2014년 4월 19일, 로마에 도착하는 순간 책 내용이 리셋되는 기적을 경험한다.... 물론 라틴어로 된 이름들이 너무 어렵긴 했다. 권력욕에 불타는 로마 집권층이 서로를 너무 죽여대고 정략결혼을 남발하긴 했다. 책 한 권으로 이해하기엔 도시국가부터 제국까지 너무 역사가 길었고, 결정적으로 로마 유적은 정말 '돌덩이'였다.
그러나.
이 책 한 권은 나의 이탈리아 여행을 100배는 값지게 만들어 줬다고 장담할 수 있다. 로마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카이사르와 네로밖에 없었던 내가 팔라티노 아벤티노 언덕을 찾아가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아폴로 신전 유적을 주의깊게 살펴볼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책 덕분이다.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기둥도 조심스레 살펴봤고, 베끼오 궁 옆 구석탱이에 자리하고 있던 <사비니 여인의 납치> 조각을 신나게 관찰했다. 떼베레 강의 유일한 섬 위에 서서 나무다리를 불태워 나라를 구한 소년을 떠올렸고, 마술사의 마술을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서 옥타비아누스 동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소풍 나온 가족들과 노숙자들이 공존하는 도무스 아우레아에서는 폭군으로 기록된 불쌍한 네로 황제를 조심스럽게 위로해보기도.... 콜로세움에서 글래디에이터가 아닌 베스파시아누스 삼부자 황제를 생각한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로마를 방문할 예정인 사람, 이미 다녀왔지만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사람, 흥미로워서 더 찾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독을 권한다. 물론 통독도 좋다. 로마사가 처음인 사람에게도,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모두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한글문화권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식 영역을 최소한 한 폭 이상 넓혀 줄 것이 분명하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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