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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연구일기 #21
    기록/2015 소소한 연구일기 2014. 12. 26. 17:28



    141217 AM 10:30

    DUNKIN


    아침 일찍 던킨으로 나가 발표 준비를 시작했다. 랩세미나는 저녁 일곱 시로 예정되어 있었고, 이번엔 내가 발표를 할 차례였다. 본래 논문학기 학생들은 지난 주 수요일 발표였으나, 공연과 겹치는 바람에 한 주 밀리게 된 것이다. 디펜스가 29일인 나로서는 디펜스 예행연습과 다름없는 기회였다.


    눈이 펄펄 내리길래 조마조마하긴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교수님께서 랩세 시간을 당기자고 하셨다. 언덕 위에 사셔서 길이 얼면 퇴근을 못 하신다고 =_= 일곱 시여도 빠듯할 판에 시간을 당긴다고 하시니 애가 탔다. 랩장 덕분에 어찌어찌 네 시로 확정되었고, 시간을 거의 분 단위로 쪼개어 준비를 마쳤던 것 같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준비를 했더니 척추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PM 4:00

    사이버랩


    발표. 하고싶은 말을 다 담아서 보여드렸다.


    #1.

    발표는 주장의 기회구나 싶었다. 평소에는 학생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교수님도 발표할 때만큼은 끝까지 들어주시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나의 논리에 맞추어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실, 연구자를 위한 격언에 '발표할 때 지도교수를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있다. 평소에 지속적으로 교수님과 연구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고 할지라도 종이에 펜으로 낙서를 해 가며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는 것과 정식 발표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본다.


    #2. 

    이어진 감동의 코멘트. 디펜스까지 2주 남았다는 걸 인지해서인지, 박사 선배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어 주셨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레퍼런스 리뷰의 방향, 평가 아이디어까지 전부. 랩세미나에서 이렇게 감동해 보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정말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인 것 같아서. 얼굴을 자주 보는 선배들이 아닌데도 이렇게 관심 가져주는 것이 너무나 고마워서.



    PM 6:00

    원교수님 연구실


    분명 교수님께서는 남은 2주동안 열심히 해서 디펜스를 잘 해 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공지사항을 말씀하시는데 연말에 학교에 계시지 않을 거란다. 난 29일이 디펜스인데. 좀 이상하다 싶어서 교수님께 넌지시 말씀드리니, 연구실에서 잠깐 보자고 하셨다.


    "아무래도 한 학기를 더 해야겠다. 초록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졸업시켜달라는 것은 전례가 없고, 너무 밀어붙이는 것 같아서.. 그렇지? 연구의 방향은 매우 좋고, 석사논문으로 손색이 없으나 중간에 주제가 바뀌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 지난 학기 연수 다녀와서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했고.."

    "네.. 그런 것 같아요...."

    "실망스럽지..? 하지만 이건 ㅇㅎㅈ이가 못 해서 그런 것이 아니야. 조금 천천히, 더 단단하게 다져서 3~4월에 저널화도 하고 학회에 제출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보자. 그게 좋을 것 같다."


    그래 나도 사실 알고 있었다. 견고하지 않다는 걸. 이대로 졸업하면 부끄러울거라는 걸.

    나는 더 하고 나가고 싶은데 시간에 쫓긴다는 것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실망스럽지 않아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자주 밤 새우고 하느라 마음고생도 심했을 텐데, 연말에 좀 쉬고 다시 잘 해 보자."


    사람이 참 감정적인 것이, 교수님이 대체 내 연구에서 뭘 원하시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야속하다가도,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알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고생했던 기억이 눈 녹듯 사라진다. 생각해 보면 이건 내 연구인데. 고생을 인정받고 말 것도 없는 내 연구인데. 인간은 정말 나약하고도 단순하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한 학기를 더 하게 되었다. 커미티도 바꾸기로 했는데, 박교수님은 그대로 간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처음 박교수님을 커미티로 추천하신 이유가 참 귀엽다. 박교수님 제자 중 나와 비슷한 연구를 하고 나간 학생이 있는데, 그것보다 우리 학생 연구가 훨씬 낫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다나 뭐라나. 여튼 귀여운 할아버지 같은 구석이 있으시다.. ㅋㅋ 이 이유를 알게 된 이상 충족시켜 드려야겠어. 힘을 내기로 한다.



    PM 6:30

    사이버랩


    크리스마스 파티를 겸한 랩회식을 했다. 교수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가신 초콜렛, 박사 선배들이 사 주신 피자, 새로 들어온 연구실 후배를 환영하는 케이크. 캐롤과 함께 따뜻한 분위기를 즐겼다.



    "석사들 모여봐"

    박작가님이 찍어주신 EXP 마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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