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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13 Film 냉정과 열정 사이글상/Contents 상 2014. 4. 14. 03:52
2014년 4월 3일
뮌헨 기숙사
냉정과 열정 사이 (2001)
Calmi Cuori Appassionati
冷静と情熱のあいだ
나카에 이사무 감독 / 다케노우치 유타카 / 진혜림
이탈리아 여행지를 피렌체와 로마로 잡으면서 다시 꺼내어 본 영화. 처음 접한 것은 2006년인가 그럴 거다. 막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의 나는 이 주옥 같은 영화를 보다가 너무 재미가 없어 꺼 버렸더랬다. 일 년이 채 못 되어 다시 보는 데에 성공했지만, 기억 속에는 첼로 선율만 남았던 모양이다.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정말 내용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첼로를 연주하던 그 학생을 다시 만난 피렌체. 기적은 엄청난 사건을 동반하지 않고 조용히 찾아오기도 한다.
이들이 어떻게 처음 만났고, 왜 헤어져야 했는지, 치골리의 그림을 훼손한 것은 누구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처음으로 망각에게 감사했다고나 할까. 덕분에 감동할 수 있었고, 전율을 느낄 수도 있었고,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로 스크롤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감성적이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연락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의 영화라 더 아련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들도 묻어놓은 추억이라 더 그리웠겠지. 불 속에 묻어 둔 감자가 좀처럼 식지 않는 것에 비교해도 괜찮으려나.
두오모에서 만나는 것보다 훨씬 극적인 만남이었다. 냉정의 피렌체와 열정의 밀라노.
거짓말 조금 보태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엔딩은 인셉션의 엔딩에 견줄 수 있다. 하필 거기서 끊어 주는 감독의 센스라니. 다음 장면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또 그만큼 상상할 수가 없어서, 엔딩 크레딧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멍해졌다.
결론은.... 피렌체는 이 영화의 제작진에게 밥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동아시아 사람들이 방문했듯이, 나도 피렌체만큼은 여행지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며칠 뒤면 가게 될 피렌체가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을 만큼, 이 영화 속 이야기는 피렌체와 맞물리면서 하나의 완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나의 피렌체 여행이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일 두오모에 섰을 때 이 영화의 감동을 다시 느끼게 된다면, 좁다란 골목에서 1994년의 자전거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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